약한 연결의 강한 힘

[황성진의 소셜이야기] 내실있는 커뮤니티를 운영한다는 것

광개토황 2014. 7. 9. 15:00

내실있는 커뮤니티를 운영한다는 것

 

한 번 쯤 커뮤니티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꼭 대단한 모임을 만들진 않는다 하더라도... 하다못해, 포털 속의 인터넷 카페 같은 것들을 운영하는 것에 눈을 돌려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은 커뮤니티를 지속적으로 내실 있게 만드는 것과는 완전히 별개의 일이다. 만들어진 커뮤니티 안에서 사람들이 몇 달은 만나고 의견 교환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그냥 흐지부지되는 커뮤니티가 부지기수다. 누구 혹은 무엇이 그 커뮤니티의 구심이 되느냐가 그 조직의 승패를 좌우한다.

 

예를 들어, 커뮤니티를 움직일 정도의 내공을 갖추려면, 추진력 있게 커뮤니티를 계속 밀고 나갈 특성을 그 자신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철학이 변치 않고, 강력한 리더십도 있어야 한다. 여기서의 리더십이라는 것은 윽박지르고 압력을 넣어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대범함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다. 구성원 각자가 따라올 수밖에 없게끔 만들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따라오지 못하면, 너무 미안해서 쩔쩔매게 할 정도의 카리스마도 필요하다.

 

이쯤해서, 이전에 언급한 적이 있는 ‘브릿지피플’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물론, ‘브릿지 피플’은 나의 생각과 시도에 의해서 만들어진 커뮤니티이다. 혹자가 ‘또 니 자랑 하려는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신은 지금 나의 글을 읽고 있다. 당신에게 커뮤니티와 관련된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 관련하여 지금의 나의 경험을 말하는 것보다 더 좋은 예가 어디 있겠는가?

 

브릿지 피플의 운영과 관련해서, 나는 좀 가혹하다고 생각 될진 모르지만, 커뮤니티의 정기 모임에 여러 번 빠지는 멤버들을 모임에서 과감히 탈퇴시키곤 했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에는 나에 의해 탈락의 기쁨(?)을 호되게 맛본 ‘누군가’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커뮤니티를 운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룰’이라는 것도 필요하고 운영자에 의한 과감한 ‘카리스마’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니... 혹, 이 글을 읽고 있는 그 ‘누군가’가 과거의 나의 그런 운영 방식으로 조금이라도 서운 했던 점이 있다면, 부디 이해해 주길 이번 기회를 빌어 부탁해 본다.

 

오프 정기 모임과 관련된 재밌는 일화가 하나 있다. 국회의원인 하진이형(전하진 의원) 역시 이런 나의 ‘브릿지 피플’ 운영 방식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기대에 대해 부응하듯 하진이 형은 매달 있는 정기 모임에 빠짐없이 나타나곤 했다. 하루는 내가 어딘가에서 강연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강연에서 ‘여러분! 소셜은 이렇게 연결됩니다.’라고 말하며 인터넷 페이스북 창을 열어 놓고 사람들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 했다. 그러면서 나는 브릿지 피플의 모체가 된 하진이 형을 이야기 했다. “네, 이런 사람이 저하고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라고 운을 떼었다. 그런데 그 때 마침 ‘띵~!’ 소리를 내면서 열린 팝업창 하나... 바로 하진이 형이 보낸 페이스북 메시지 창이었다!

 

왜 하필 형 이야기를 할 그 순간에 형의 메시지 창이 떴는지... 상황이 절묘 하기도 했지만, 중요한 건 그 내용 이었다. ‘야 나 오늘 이러이러해서 도저히 정기 모임에 못가겠어~. ’ 아휴... 그 순간 내 목덜미에서는 식은 땀이 삐질~  그야말로 나는 ‘난감 모드’로 돌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X팔린’ 상황이 된 것이다. 강연하는 동안 100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모 커뮤니티의 운영자이자 리더라는 사람이 돌발적으로 이런 메시지를 받는다는 게... 이런 상황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그때의 심경을 헤아리기 어렵다. “아하하하~ 물론 바쁘면 이럴 수도 있습니다. 하필 이럴 때 이런 게 뜹니까?” 어색하고 민망한 웃음에 사람들도 웃기 시작 했다.

 

그러면서 나의 강연은 한참을 이어졌다. 그런데 중간에 다시 들린 ‘띵~!’ 하는 신호음!! ‘성진아 도저히 안되겠다. 브릿지 피플 모임 가려고 일정 취소했다. 저녁에 시간 맞춰서 안늦게 갈게.’ 하진이 형의 메시지였다! 사람들 반응은 ‘격양’ 그 자체였다. 이전의 민망했던 상황은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되었다. 하진이 형처럼 영향력 있는 멤버를 둔 커뮤니티의 모 운영자가 가진 ‘파워플한 리더십’이라는 요소로 분위기는 일순간 바뀌었다. 나 역시 속으로이긴 했지만 완전 신나서 강연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내가 ‘브릿지피플’의 회원들을 만날 때마다 농담처럼  했던 얘기가 있다. “브릿지피플은 누구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황성진의 것도 아니고, 영향력 있는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의 것입니다! 나는 이것을 상속자산이라고 생각 합니다. 저는 아들 현우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 10원짜리 하나도 없습니다. 저는 브릿지피플이 가지고 있는 이 소중한 관계를 물려줄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자녀들도 계속해서 여기 브릿지피플의 정신을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모임이 대한민국 명문 클럽이 되면 좋겠다는 것이 저의 생각 입니다!”

 

브릿지 피플의 아젠더는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발산하는 것’이다. 나만을 위한 삶은 삶으로서의 의미가 별로 없다. 이 정신을 이어가면서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할 앞으로의 30년이 설레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