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진의 단상

망비보: 망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광개토황 2021. 8. 1. 17:48

 

안녕하세요? 지속가능한 세상을 공작하는 남자, SJ입니다. 구독,좋아요,알림설정은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힘입니다. 쏘공쏘공” 

유튜브채널 쏘공쏘공을 운영하며 인트로에서 외치는 저의 외침입니다. 저는 ‘지속가능한 세상을 공작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쏘셜공작소라는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황성진입니다.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는 찬란한 성공담이 아닙니다. 오히려 처절한 실패를 통해 배웠던 깨달음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쏘공쏘공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속삭임. 쏘공쏘공 지속가능한 세상을 공작하는 '쏘셜공작소' 황성진입니다. 네 바로 SJ CSR, CSV, ESG, Cause-Related Marketing, 기업사회공헌을 위한 Creative Solution을 만들어 갑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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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가 실패를 경험하고 힘들어 하는 분들에게 회복, 극복을 위한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특히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신의 아이디어로 세상에서 치열하게 싸워가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와 그 구성원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먼저 망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그동안 마케팅 전문가로서 세상에 정말 가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세상을 좀 더 따뜻한 공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치를 담지만 기업으로서도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을 구상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5년에 저는 쉐어앤케어라는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쉐어앤케어는 도움이 필요한 곳과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을 연결하는 소셜기부플랫폼을 표방했습니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NGO, NPO, 복지단체, 개인 등 도움이 필요한 곳들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 대세 플랫폼이었던 페이스북에 이 이야기를 공유하면 기업, 재단 등 도움을 줄 수 있는 곳들에서 1천원을 기부해줬습니다. 그리고 공유한 페이스북 담벼락게시물에서 좋아요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200원을 추가로 기부해줬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곳의 이야기는 널리 퍼져나가고 또 다른 후원이 연결되어 갔습니다.

도움을 주는 기업이나 재단에서도 사회공헌을 위한 탐색비용을 절감하며 자연스런 기업홍보와 연결되면서 반응이 좋았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콘텐츠를 페이스북에 부지런히 퍼 나르던 사용자들은 내 돈 들이지 않고 기부에 동참함으로써 자신의 영향력이 선한 가치를 실현함에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쉐어앤케어는 단순히 여기서 멈추지 않고 투명한 기부문화를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움을 받은 곳에서는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였고 쉐어앤케어는 그 과정을 모두 콘텐츠로 구성하여 도움을 준 곳과 사용자들에게 공개하였습니다.

 

진정성있는 이야기를 발굴하고 연관성이 있는 기업, 재단 등을 연결해주고 사용자들이 내 돈 들이지 않고도 기부에 참여하는 문화를 만들어낸 쉐어앤케어는 어느새 론칭 3년만에 사용자 52만명이 참여하는 꽤나 큰 커뮤니티로 성장하였고, 300 여 캠페인을 통해 30억원 가까운 기부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숱한 상들을 수상했고 언론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우리의 이야기를 퍼 날랐습니다.

나름 성공의 길을 간다고 자부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서비스는 3년 후 망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곳, 도움을 줄 수 있는 곳, 사용자를 잘 엮어낸 비즈니스모델은 나름 훌륭했다 자부했지만, 이 시스템을 지속시킬 수 있는 수익모델이 없었습니다.

 

네 저희는 비영리단체가 아닌 기업이었던거죠. 기업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가치를 가지고 있어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간단한 명제를 그 때서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성장성을 보고 투자도 이어졌지만, 돈 버는 구조가 보이지 않는 서비스에 후속 투자는 이어지지 않았고, 장기적으로 정교하게 준비해오던 수익모델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멈춰야했습니다.

 

이 일은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멈추어서는 경험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거의 2년 가까이 멈추고 처절하게 돌아보고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힘든 나날들이었습니다.

망하기 전에 몇 십억의 주식가치를 보유했었지만 망하자마자 10억 이상의 빚쟁이가 되어 버리는 엄청난 롤로코스터를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48년 이상을 멈추지 않고 달리다 잠시 멈춰선 그 시간이 제게는 축복(?)이었습니다.

망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그리고 지금 어떻게 삶에 적용해서 살아가고 있는지 솔직하게 들려드리겠습니다.

 

우주의 중심은 내가 아니었다.

망하고 제일 먼저 깨달았던 가르침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원하는 것을 아이디어로 정했고, 이 사업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켜보겠다는 의욕으로 넘쳐났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이렇게 시작하죠. 공감하실겁니다. 여기서 큰 문제가 생깁니다. 이제는 꽤나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사실 스타트업이 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상이 원하지 않는 서비스를 내놓는 겁니다.

 

그들에게는 정말 가치있는 일이지만 정작 세상이 필요로 하지 않는 서비스라면 지속될 수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세상이 원하는 것을 내놔야한다는 것을 처절히 망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이 이야기를 들려줘도 에이 우리는 달라요. 두고 보세요.”라고 말하는 스타트업이 넘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세상이 원하는 것을 내놓지 않으면 생존은 요원합니다. 우리가 스티브 잡스처럼 천재가 아니라면요.

 

비슷한 맥락이겠지만 또하나 깨달은 건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내가 잘하는 것을 해야한다는 깨달음입니다. 제게 찾아왔던 수많은 스타트업 대표와 학생들에게 저는 일관되게 이야기했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그런데 요즘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정말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하세요.”

 

너무 보수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겁니다. 꿈을 포기하라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솔직히 처음엔 저도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사실이 맞다는 것을 느낍니다. 최소한 제가 잘하는 일을 한다면 생존에 문제는 생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성공한 이후 정말 꿈꾸었던 세상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됩니다. 이 때는 아무도 말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다보면 인생의 칼자루를 내가 아닌 다른 이해관계자가 쥐게 될 확률이 커집니다. 투자자, 직원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기 힘들어집니다. 정작 자신이 원하는 일을 위해 시작했지만 끌려가는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충분히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잘하는 일부터 시작했으면 합니다. 원대한 꿈은 그 이후 꾸어도 늦지 않습니다. 생존하지 못하면 이또한 사치입니다.

 

솔직히 저는 제가 꽤나 잘 난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엄청난 착각 속에서 오랜 시간을 헤매었다고 고백합니다. 사업할 땐 나를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는데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요즘 말로 메타인지가 상당히 부족했던거죠. 그러다보니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도 흘려듣기 일쑤였습니다. 오로지 내 주장만 펼치고 있었습니다. 실패는 당연하겠죠? 그래서 원점부터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잘하는 일은 무엇일까?’

 

저는 연결을 하는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워낙에 사람을 좋아했고, 관계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 책을 펴내고 있는 브릿지피플이라는 모임도 11년전 새로운 시대, 새로운 연결가치에 주목하고 만들기 시작했는데 11년이 흘러도 변함없는 멋진 모임이 되었습니다. 제가 아끼는 후배 기업가가 이런 말을 해주더군요. “대표님은 인간 플랫폼입니다.” 이 말은 저를 다시 돌아보게 했습니다. 왜 남이 가지지 못한 좋은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을까? 그래서 지금 운영하고 있는 쏘셜공작소는 거버넌스 조직으로 운영하며 운영비를 절감하면서도 훌륭한 인적 네트워크로 고객의 문제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과거의 잔재를 다 털어내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부분도 있지만 나아갈 방향성은 찾았습니다. 여러분이 정말 잘하는 일에서 길을 찾았으면 합니다.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

내 돌의 삶을 확보하고 적을 공격하라는 바둑에 나오는 격언입니다. 내가 미생인데 적을 공격하다 내 돌이 죽어버리면 승부는 그걸로 끝이 나버립니다. 사실 삶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격하는 모습은 일견 화려해보이고 용기있는 행동으로 보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죽으면 그걸로 끝입니다. 생존보다 중요한 게 있나요? 그래서 처절하게 생존해야합니다.

 

사업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 보았을겁니다. 예전엔 무시했던 이 말이 망하니 비로소 보였습니다. , 사업은 분명 운칠기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에는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생존과 관련한 깨달음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운칠기삼의 전제조건은 바로 생존이기 때문입니다.

 

, 운을 맞이하려면 생존하고 있어야한다는 말입니다. 제 삶이 흥해도 보고 망해도 보고 제법 변동성이 심한 삶이었는데요. 쉐어앤케어 이전에도 망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망한 다음날부터 부지런히 열심히 재기를 위해 뛰었습니다. 그리고 6개월만에 과거보다 더 크게 일구어놓고서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역시 난 천재야.’ 저는 정말 제가 대단한 사람인줄 착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망하고 멈추어 선 뒤 돌아보니 그때는 단지 운이 좋아서 일어났던 결과라는 걸 깨달은겁니다.

 

시장 등 외부환경이 운좋게 딱 맞아 떨여졌던겁니다. 제 실력이 아니라 누구나 그런 상황을 맞이할 수 있었는데 운좋게 그 자리에 제가 있었던거죠. 그러면서 생각해본게 운칠기삼은 맞는 말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살아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무슨 말이냐면요. 그 당시 고객과의 대화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황대표님, 이번 일 잘 수행해줘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결제하려고 보니 사업자등록증이 예전 회사이름과 다르네? 사명을 변경한건가요?”

 

아 제가 그 말씀을 못드렸나요? 이전 회사가 부도나서 새롭게 회사를 설립하고 다시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이번에 이렇게 일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아 그랬군요. 몰랐네요. 뭐 회사를 보고 일을 드린 것도 아니고, 황대표님 믿고 일을 맡긴거니까 상관없어요. 이번엔 부디 성공하세요.”

 

그 당시 일을 주셨던 고객들의 반응이 대부분 이랬다. 물론 그 앞에 일에 대한 신뢰를 준 것도 중요한 요인이겠지만, 만일 그 당시 회사가 망했다고 제가 사라져 버렸다면 저 일이 제게 왔을까요? 결국 그들은 사람을 믿고 사람에게 일을 맡긴 겁니다. 회사는 사라졌지만 저는 살아있었으니까요.

 

그러니 무엇보다도 생존에 민감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즈니스모델, 특히 수익모델이 중요합니다. 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어쨓든 돈을 만드는 구조는 나와야합니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고 운칠기삼의 때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내 그릇의 크기를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망비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처절한 실패담을 공유하면서 후배 스타트업에 반면교사가 되어주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제 강연이 끝나고 객석에서 질문이 나왔습니다. “망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이 무엇이었습니까?” 저는 바로 답변했습니다. “제 좌우명이 담긴 액자를 부수어버리는 일이었습니다.”

 

 

20대 초반부터 제 삶을 지배하고 견인했던 좌우명 먼저 아낌없이 주라입니다. 저는 망하고 제일 먼저 이 액자를 깨 부쉈습니다. 한번도 후회없었던 제 삶의 절대가치였지만 여기에 매몰되어 저와 제 주변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다는 자책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제 그릇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까닭입니다. 넘치는 것을 나누어도 충분히 훌륭한 삶입니다. 스스로 살아있고 충분히 이루고 난 뒤 나누어도 늦지 않습니다. 나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내 삶의 가치가 아무리 숭고해도 생존을 담보하지 못하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쏘셜공작소라는 회사의 미션이자 슬로건인 지속가능한 세상을 공작한다가 괜히 탄생한 건 아닙니다.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스스로도 지속가능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보 앞 말고, 반보 앞

저는 살면서 이런 말이 참 듣기 좋았습니다. “역시 황성진, 역시 앞서가는 아이디어야.” 이런 이야기들에 취했던 적이 많습니다. 네 기분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생존을, 성공을 기약하지는 않는다는 걸 망하고 멈춰 선 뒤 돌아보니 깨닫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많이 교만했음을 고백합니다. 앞서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나봅니다. 2보앞에서 트렌드를 만들고 주도한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그 때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참으로 힘든 시기입니다. 자원이 많은 대기업도 이런 전략을 잘 펼치지는 않습니다. 어쩜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면 그때 막대한 자원을 쏟아 부으며 시장을 공략하기도 합니다. 다 이유가 있겠지요. 앞에서 시장이 원하는 것을 내놓는 것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본격적으로 시장이 펼쳐지기 전에는 생존을 위한 보완책이 있어야합니다. 그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업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마켓타이밍이 중요합니다. 너무 앞서간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닌겁니다. 2보 앞이 아닌 반 보앞에서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서 필요한 자세는 무엇일까요? 저는 3가지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첫째는 질문입니다. 질문은 시장에서 고객에게 직접 해야 합니다. 우리의 가설이 아닌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해야합니다. 실시간으로 계속.

 

둘째는 경청입니다. 질문을 하고 난 뒤 잘 새겨 들어야합니다. 이 때 고객의 이야기를 무시하면 안됩니다. 기껏 반응해준 고객의 이야기에 갖은 이유를 갖다 대고 계속 설득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설득은 금방 지칩니다. 고객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잘 들어야합니다.

 

셋째는 겸손입니다. 고객이 뭘 알겠어? 하는 자세는 자신감일수도 있지만 우리가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면 피해야할 자세입니다.

 

결국 낮은 자세로 질문하고 경청하면 우리가 몰랐던 사실도 고객이 알려주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망하고 멈춰 서있던 2년여 시간은 저를 잘 다듬어 주었습니다. 그 시간은 뼈때리는 반성과 깨달음의 시간이었습니다. 인생후반기를 열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선물해주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 다시 세상에 조심스레 나왔습니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공작한다는 슬로건으로 창업한 쏘셜공작소와 함께.

 

쏘셜공작소는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을 만드는 곳입니다. 앞의 실패에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내가 원하는 것보다는 세상이 원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이전에 망했지만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해왔던 것을 인정하는 공공기관, 지방정부, 기업들이 다시금 손을 내밀고 함께 하기 시작했습니다. 철저히 시장과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ESG

ESG, 아마 요즘 핫하게 많이 보고 듣게 되는 키워드일겁니다.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 글자를 딴 ESG가 왜 지금 이 시기에 핫해진걸까요?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환경, 사회, 지배구조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우리 인류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공감대와 위기의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전염병의 전파 뿐 아니라 기후 위기 등 인류 전체가 당면한 과제는 한 정부나 사회기구,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주요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역할이 더 커지게 되었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앞으로 모든 기업 투자 인수 결정에 ESG를 검토 기준으로 삼겠다,’ 발표까지 하면서 기업의 의사결정에서 ESG를 구현하지 못하는 기업은 투자와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ESG시대로의 전환은 투자자들이 먼저 기업들에게 요구하며 생긴 현상이지만, 이제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생존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저는 어쩌다 ESG전문가가 되어버렸습니다. 이게 앞에서 이야기한 깨달음과도 연결되기에 잠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지난 1년여 동안 공공기관, 지방정부, 기업들과 함께 한 캠페인의 주제가 공교롭게도 환경,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일들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저는 분명 ESG전문가가 아닙니다. 사실 지금 ESG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꽤나 오래전부터 나왔던 개념이지만 대한민국에서는 2020년말부터 본격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경험을 쌓으면 얼마나 쌓았겠습니까? 하지만 시장에서는 제가 전문가로 보이나봅니다. 그동안 해왔던 일들과 최근에 하고 있는 일들에서 그런 느낌을 받나 봅니다. 현재 ‘전주시 ESG협력추진단 위원’, ‘광명시 ESG정책 자문위원’,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ESG자문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서울시, 전주시, 지방정부협의회의 ESG관련 포럼을 주도하고 ESG와 관련한 정책과 민관협력 방안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방정부와 다양한 ESG관련 일을 하다 보니 다른 지방정부들의 요청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KPC(생산성본부)와는 기업의 사회공헌 컨설팅과 솔루션을 만드는 일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ESG와 연결된 창의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시민은 소비자로서, 투자자로서, 참여자로서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어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입니다.저는 결국 ESG의 완성은 시민참여에 있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그들이 주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자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초연결시대 많은 주변 이해관계자들은 다 지켜보고 있나 봅니다. 감사하면서도 더욱 긴장하게 됩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어쩜 내가 원하는 것보다 세상이 원하는 것에 집중했고,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을 택했고, 한결같은 가치를 추구하며 생존하고 있었기에 운칠기삼의 기운이 깃들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생존을 위해 시장이 원하는 일을 묵묵히 수행해가며 철저히 낮추어 질문하고 경청하고 있어서 기회가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딱 반 보앞에서 시장이 열려간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망비보가 준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망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저는 2년여 시간동안 그것들을 발견했고 치열하게 돌아보고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 짧은 경험담이 여러분의 삶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 회복의, 극복의 시작점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