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진의 단상

[황성진의 성공3.0]독하다는 것이 무슨 뜻인 줄 알아?

광개토황 2012. 6. 25. 11:50

독함을 재정의한다.

'독하다'는 말이 '착하다'는 말의 정반대의 뜻으로 사용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독한 놈'이라는 말은 자연스럽지만 '독한 분'이라는 표현은 왠지 어색하게 느껴진다. 순종과 예절, 체면이 강조되는 전통적 가치관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부드럽고 순한 것을 착한 것처럼 생각하곤 한다.

그런 점에서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성격은 좋지만 끈가나 열정, 대인관계의 과단성이 없어 업무성과가 떨어지는 동료나 부하직원을 보면서 "그 사람은 너무 착한 게 문제야......"라고 말하거나 독하고 악착같은데다 인간관계에서도 맺고 끊는 것이 철저한 사람들을 보면서 "지독한 놈, 저렇게 돈 벌고 출세해서 뭐가 좋다고......'라고 흉보곤 했다. 나는 착하게 사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신념을 어슴푸레하게나마 가지고 있었고 그 대척적에는 '독함'이 있었다. 이런 사고방식이 일과 생활, 인간관계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를 통해 '독함'에 대한 나의 편견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가까운 친구들끼리 모인 자리였다. 나는 교사인 친구(그는 교육심리학을 전공했고 그 분야에 정통한 사람이다)에게 착함이 유전되는 것인지, 환경과 교육, 학습 등에 의해 획득되는 것인지, 두 요인이 섞여 있다면 어느 쪽이 더 결정적인지를 질문했다. 그 친구는 명쾌하게 답을 내놓은 대신,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넌 착한 게 뭐라고 생각하냐?"

나는 이 단순한 질문에 답하지 못해 머뭇거렸다. 그 친구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착함에 대한 정의가 문제지,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니까. 일반적으로 볼 때 착하다는 것은 지적이고 의지적인 측면을 포함하지. 그리고 역사적이기도 해. 한 시대에 착하다고 칭찬받던 것이 다음 세대에는 착한 것이 아닐 수도 있지. 어쨌든 단순히 볼 것은 아니야. 착하게 살려면 무엇이 옳은지 알아야하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의지와 실천력이 동반되어야 해. 그래야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위해줄 수 있지 않겠어. 혹시 순한 성격과 착한 것을 같은 것으로 간주하고 질문했다면, 그건 잘못된 생각이야. 부도덕하고 사악한 집단에서 유순하게 자기 역할을 하는 사람을 착한 사람이라고 볼 순 없지. 오히려 독한 사람이 착한 사람일 수 있지. 아니, 현대사회에서는 독한 사람들이 착한 사람일 거야."

나는 독한 사람이 착한 사람이라는 이야기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의 여파는 오래갔다. 더 이상 나의 독하지 못함을 착함이라는 명분 뒤에 숨기며 자신을 합리화할 수 없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는 아침마다 독서를 하며 명상하는 시간을 갖고 있는데 이 일이 계기가 되어 그 시간을 이용해 독함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접하며 진정한 선량함은 독함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선량함에 이르게 하는 독함'은 오랫동안 나의 화두가 되었다. 그동안의 내 고민의 역사가 '독한 놈이 이긴다'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